[Wavebridge Weekly #1] 개인과 기관은 운동장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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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기관과 법인을 위한 디지털자산 금융 인프라를 말하는가?
웨이브릿지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화 흐름 속에서, 특히 기관과 법인 대상 시장의 성장을 가장 중요한 변화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여전히 ‘개인 투자’ 중심의 사고방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고, 이에 따라 시장에 대한 이해도, 인프라 설계, 규제 대응에 대한 정보 격차가 존재합니다. 이에 웨이브릿지는 디지털자산 시장에 던지는 본질적 질문과 제도화 흐름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하는 [Wavebridge Weekly]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한국은 크려면 멀었다: 기관과 법인을 맞이할 준비가 안됐기 때문
한국의 디지털자산 시장은 오랜 기간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단편적 거래소 구조에 머물러 왔습니다. 금융위원회의 ‘2024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디지털자산 거래 시장은 개인 위주라는 것을 극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2024년 하반기 기준, 고객확인의무를 완료한 거래 가능 이용자 수는 970만 명으로, 이 중 99.99%가 개인이며, 법인 이용자는 단 171개 사로 0.01% 미만입니다. 참고로 법인 명의 지갑 이용자도 113개사에 그치며, 이 중 절반은 잔고가 0(제로)으로 나타났습니다(금융위, 2024). 지갑 보유 주체의 수와 분산도 모두 낮다는 점에서, 현재 법인 투자 기반은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치를 통해 드러나는 사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체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디지털자산 시장은 개인 투자 중심이라는 점 을요.
오더북 기반의 개인 투자 거래소 중심의 구조는, 더 큰 세계로 나아가는 데 상당한 문제를 발생 시킵니다. 큰 손 투자자들이 시장 대중화를 이끌어갈 때는 훨씬 복잡하지만, 더 안전하게 이 시장을 운영해나가는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중개, 수탁, 자문 등의 기능이 필요하지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 ‘기관용 구조’에 대한 논의는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에서 기관과 법인 시장은 거스를 수 없는 압도적 파도를 타고 있습니다. 우리는, 상당한 시간 차를 두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위스콘신 연기금 등 글로벌 기관·연기금의 비트코인 간접 투자
글로벌 시장이 저만치 나아가고 있는 상황을 먼저 보실까요.

2024년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었고, 단 11개월 만에 금 ETF의 AUM을 따라잡았습니다. 오랜 안전 자산의 상징인 금을, 비트코인이 1년도 안되어 뒤쫓은 것입니다. 단일 자산 기준으로는 ETF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의 자금 유입이며, 디지털 자산이 제도권 금융의 정식 자산군으로 편입되었다는 분명한 시그널이었습니다.

2024년 12월 기준, SEC 승인 이후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ETF에 유입된 자금은 150조 원(1080억 달러)을 넘었고, 그중 26.5%가 기관 자금입니다. 큰 손들이 재빠르게 들어온 겁니다. 출시 6개월 만에 UBS 등 글로벌 IB 포함 600개 이상의 기관의 참여가 있었고, 위스콘신 연기금 등 20개 이상의 굵직한 연기금과 국부 펀드들도 이 행렬에 가세했습니다. 이 흐름은 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2024년 4분기 기준, 비트코인 현물 ETF를 보유한 미국 내 공시대상 금융기관은 전 분기 대비 37% 증가해 1,576곳에 달했습니다. 이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31만 5,500개로 추산됩니다. “디지털 자산은 개인의 투기 놀이터”라는 얘기는 너무도 빨리 옛말이 됐습니다.
글로벌 기관·법인 디지털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발판은 ‘구조 분리’
대체 이 기관 자금은 어떻게 디지털 자산 시장에 진입했을까요? 핵심은 ‘분리’에 있습니다.
이 구조는 조금 복잡하기에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Coinbase Prime은 기관 전용 디지털자산 브로커리지 플랫폼입니다. 자체적으로 기관 만을 위한 유동성 풀을 운용함과 동시에, 외부 전문 브로커를 통해 거래 물량을 유연하게 공급 받는 방식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기관 주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기관 고객 만을 위한 거래 환경을 별도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이는 일반 거래소의 오더북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은 기관과 개인이 철저히 분리된 트랙에서 작동됩니다. 리테일과 섞이지 않는 전용 유동성 설계야말로, 기관 거래의 신뢰와 안정성을 만드는 핵심입니다. 그 중심에는 프라임브로커리지 인프라가 있습니다.
기관 자금의 유입은, 디지털자산 산업이 기관을 위한 금융 인프라를 요구받는 때가 됐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거래소 오더북에 모든 유동성과 거래가 몰리는 기존의 경쟁 매매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기관의 대량 주문을 시장에 노출하지 않고 맞춤형으로 체결하는 구조 (예: RFQ, Request For Quote), 안전한 수탁, 파생 및 담보 기반 운용 등 정교한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장외(OTC)에서 프라임브로커를 통해 대량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해 가격 안정성을 조정합니다. 즉, 개인과 기관은 물리적으로 완전히 다른 구조와 절차로 거래에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아직 이 같은 ‘기관형 구조’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이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한국 시장에는 정말 개인만 있는 걸까?
개인이 대다수일줄 알았던 한국에도, 기관과 법인의 디지털자산 투자 수요가 상당 부분 확인되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 기업이 해외 현지 법인을 통해 보유한 디지털자산 규모는 약 6.5조원에 달합니다. 이는 국내에서 법인 명의로 보유한 디지털자산 3,059억원의 21배로, 상당수가 해외 법인을 통한 우회적 매수 전략을 취해 왔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국내 제도와 인프라가 부족하기에 어쩔 수 없이 취한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여집니다.
국민연금 또한 디지털자산 생태계에 간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직 직접적인 비트코인 매수를 하지 않았지만, 코인베이스, 블랙록, 블록(BLOCK), 스트레터지 등 디지털자산 관련 상장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간접적인 노출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리스크와 규제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시장을 관찰하고 접근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미래 전망도 밝습니다. 국내 법인과 기관의 거래 수요는 향후 약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웨이브릿지 자체 추산에 따르면, 한국에서 제도적으로 안정된 인프라가 구축될 경우 법인 거래만으로도 연간 36.7조 원 규모의 시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는 보수적인 전망치입니다. 이 추산은 업비트와 빗썸 등 주요 거래소의 비트코인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5년간 분석한 거래대금인 연평균 220조원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기존 주식 시장에서 개인과 법인⬝기관 거래 비율인 5:1을 대입하여 도출한 수치입니다. 이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미래 성장성이나 비트코인 이외의 자산, 혹은 해외 거래소 이용분은 반영하지 않은 보수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이후의 자금 유입 효과 역시 미반영되어 있어, 실제 법인과 기관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여러 방면에서, 한국 기관과 법인 수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수요는 이미 존재하는 겁니다. 인프라와 제도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기관형 인프라를 말해야 한다.
개인과 기관은 같은 운동장에서 뛰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 기관과 법인의 수요를 어떻게 충족시킬까를 고심해야 할 때입니다. 이 수요가 들어오지 않으면, 한국 시장은 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도태될 것입니다.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제일 중요한 고려 사항은,
기관의 참여가 개인에게 직접 충격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최소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기관과 개인의 운동장은 다릅니다. 달라야 합니다. 대량 자금을 움직이는 기관과 법인이 개인과 유동성이 얕은 공간에서 함께 거래할 경우, 그 충격은 고스란히 개인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증권 시장과 근본적으로 생김새가 다릅니다. 거래소마다 유동성이 쪼개져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래서 단일 거래소의 얕은 유동성 내 기관과 법인이, 개인과 섞이면 가격 왜곡과 시장 불안정성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체결 역시 현재 대부분 장외에서 이루어지고 있지요.
전통 증권 시장에서도 기관의 대량 거래가 장내에서 일부 이루어지지만, 블록딜이나 장외거래 방식이 더욱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시장 충격 최소화를 위해서지요.
디지털자산 시장도 현실적이되, 시장 충격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기관이 장내에서 거래하더라도, 중개업자가 시간 분산·거래소 분할 체결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인프라가 병행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시장이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운영되려면 ‘운동장 설계’를 초반부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끔 해야 합니다. 중개 기능, 수탁 인프라, 리스크 구조화, 그리고 그걸 뒷받침할 신뢰 기반 유동성 공급 플랜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규제 환경과 정책 방향을 잘 이해하는 중개업자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안심하고 기관과 법인 수요가 풍부하게 시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시장이 풍성해야 미래가 있습니다.
** 다음편 예고 [Wavebridge Weekly #2] 디지털자산 시장의 프라임 브로커리지란 무엇인가
한국에서 이해하는 증권 시장의 프라임 브로커리지와, 디지털자산 시장의 프라임 브로커리지에는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요구되는 형태의 브로커리지 모델은 어떤지 살펴보고자 합니다.